BM 특허
BM특허에 관하여
우리 나라에서 BM특허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에서 1998년 State Street
Bank & Trust Co. v. Signature Financial Group, Inc 사건 판결을 비롯한 최근의 몇 개의 판결이 그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부터인데, 우리 나라에서의 논의는 위 판결들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런데 미국 특허법 제10 1조는 신규하고 유용한 방법, 기계, 제품이나 조성물 또는 이들에 관한
신규하고 유용한 개량을 발명 또는 발견한 경우 특허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발명 의 개념에 대하여는 적극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특허의 성립에 있어서 발명의 유용성
(utility) 을 중요시한다. 미국의 위 State Street 사건 판결은 유용하고 구체적이며 유형적인 결과(a
useful, concrete and tangible result) 라는 개념을 넓게 해석하여 종래보다도 더 넓게 수학적 알고리
즘의 특허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우리 나라 특허법 제2조 제1호는 발명이라 함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을 말한다 고, 같은 법 제29조는 산업상 이용할 수 있는 발명으로서 신규성과
진보성이 있는 것을 특허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발명의 정의에 비추어 보면 수학적 알고
리즘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BM특허는 우리 나라에서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에 해
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허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물론 지적재산권 특히 인터넷을 사용한 지적재산권에 관하여 국경이 무의미하여진 현재의 상황에
서는 특허의 개념은 국제적으로 통일되게 하나로 해석됨이 바람직하고 각 나라별로 다른 것은 바람
직하지 않지만, 특허독립의 원칙 즉 속지주의 원칙상 각 나라의 실정법의 규정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나라에서는 BM특허에 대하여 어떻게 보호를 할 것인지에 관하여 살펴봄에 있어
서는 우리의 실정법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나라에서
BM특허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특허법을 개정하여 특허의 대상을 확대하거나 아니면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의 보호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여 봄이 바람직하다.
후자에 관하여 좀 더 자세히 보기로 한다. 특허에 있어서 진보성은 특허의 등록요건의 하나임과
동시에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로서 역할, 즉 특허의 권리범위는 출원시의 기술수준, 공지례
등에 비추어 특허명세서에 의하여 발명자가 해결한 바로 인정되는 기술범위(이른바 발명의 사정거
리)에까지 미친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BM특허는 그 특성상 선행기술에 대하여 진보성이 인정되는 근거가 BM특허에 사용되는
기술 자체의 신규함보다는 경제적 유용성 또는 상업적 유용성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적 수단이 개시
되어 있기 때문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BM특허는 일반 특허발명과는 달리 완화
된 기준에 의하여 진보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으리라 예상되고, 즉 진보성의 폭이 매우 좁을 것이며,
그 결과로 BM특허의 권리범위는 상당히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BM특허의 진보성의 폭을 좁게 인정한다면, BM특허는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 안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되는 일
련의 지시·명령으로 표현된 창작물)이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에 의하여 받는 보호와 별 차이가 없
는 정도의 보호를 받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특허법은 그 자체의 기술사상을 보호함에 대하여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은 저작권법의 하나
로서 사상이 아닌 표현을 보호하는 것으로서 그 보호대상에 차이가 있기만,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관한 발명은 미국의 1994년 Alappat 사건 판결에서 수학적 알고리즘을 포함하고 있다 하더라도 전
체적으로 볼 때 유용하고 구체적이며 유형적인 결과를 생산하기 위한 장치라면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는 등 보다 구체적, 물리적, 유형적으로 표현되었을 경우에 한하여 특허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참작하면, 결국 BM특허도 그 기술사상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기술사상이 실용화
를 위하여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가 더욱 더 중요하다 할 것이어서, 결국 특허 발명에 속하는 BM
특허와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의 차이는 점점 좁혀져서 이를 구분하는 것이 반드시 용이하지는 않
을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우리의 현행법 아래에서는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의 보호범위를 확대하여
BM특허도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로서 보호하는 방법을 검토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프로그
램 저작권은 50년간 존속하므로 그 보호기간이 너무 길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현재의 기술 발
전 추세에 비추어 보면 아무리 획기적인 BM특허라도 10여년이 경과하면 보호할 가치가 없는 상태
가 되리라 예상되므로 위 보호기간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가지 덧붙일 것은, BM특허에 관한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논의는 BM특허의 특허
적격에 치중되어 왔지만 앞으로는 그 초점이 BM특허가 어떠한 경우에 진보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가에게로 옮겨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 특허발명에 있어서의 진보성 인정 여부도 매우 어렵고
복잡하지만 BM특허에서는 더욱 더 그러리라 예상되므로 이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 나라도 특허법 제2조의 발명의 정의에 관한 규정에 대하여 다시 검토하여 그
개정 여부를 신중히 논의하여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이 자연법칙을 이용한 것으로
한정한다면 기술개발을 통한 산업발전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도 있으므로, 발명의 정의규정을 두더
라도 보다 탄력적으로 개념 정의를 하거나 아니면 자연법칙의 개념을 대체하여 정보화시대의 새로
운 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정의를 시도하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의 우리 나라에서의 BM특허에 관한 논의를 살펴보면, 미국의 위 State Street 사
건 판결 이후 너무 급격히 미국의 경향을 뒤쫓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BM특허
를 인정하지 아니하면 세계적인 추세에 뒤떨어진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선진외국과 우리 나라의 기술수준의 차이를 고려하여 우리 나라의 산업정책상 BM특허를 어느 정
도까지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항상 염두에 두면서 너무 미국의 공세에 이끌려가서는 안 될
것이고, 너무 확대되고 있는 BM특허에 대한 특허성 인정 논의에 대하여 좀 더 냉정하게 대처해 나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 崔成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