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동이(東夷)족으로 동쪽의 활 잘쏘는 민족으로 알려졌다.
국궁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활에 대한 기록도 많고 역사에 이름을 남긴 명궁도 많다.
그중에서도 고구려의 시조 주몽( 동명성왕)과 조선을세운 이성계가 명궁이었다고 전해진다.
후삼국 시대의 궁예도 활과 관련된 이름일 정도인 걸 보면 우리나라가 예로부터 활을 중시했음을 알 수 있다.
주변국가들의 전술을 설명할 때 "중국은 창, 일본은 칼, 한국은 활"이라고 했을 만큼 발달한 무기였다.
심담십사요(心談十四要) 는 평양 감영에서 활쏘는 사람이 마음에 새겨야 할 열 네가지 원칙이다.
1. 궁요연(弓要軟) : 활은 자기 힘에 맞게 연해야 한다.
활이 한량의 힘보다 강하면 활을 이기지 못한다.
활은 자기가 이길 수 있는 연한 활을 써야 한다.
2. 전요장(箭要長) : 살은 적당히 길어야 한다.
살은 사람의 팔 길이에 따라서 길고 짧음을 정해야 한다. 팔이 짧고 살이 길면 앞쪽 어깨가 볼록해지고, 팔이 길고 살이 짧으면 근육과 뼈가 완전히 펴지지 않아서 꾸부정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
3. 흉전의흡(胸前宜吸) : 가슴 앞은 안으로 거두어 들인다.
흡(吸)이란 거두어들이는 것을 말한다. 가슴이 볼록 튀어나오면 사타구니(양허벅지)를 조일 수 없고, 앞어깨는 튀어나온 가슴과 아울러 똑같이 볼록해진다. 뒷손도 볼록해진 가슴 때문에 장애가 되어 제자리를 못잡는다. 이것이 앞손과 뒷손이 마디마디 다 풀려서 마치 허공에 시렁을 얹어놓은 것처럼 불안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로지 (앞가슴과 호흡을) 거두어 들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온몸의 기운이 위로 솟아 올라 고동치며 허벅지는 이로 인하여 꽉 조여진다. (그렇게 했을 때) 앞어깨(죽머리)는 묻히고, 뒤어깨는 그로 인하여 만족스럽게 당겨지며, 양손의 뼈마디가 저절로 긴장하게 되는 것이니, 이 흡을 공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자세하고 세밀하게 해야 한다.
4. 각립요방(脚立要方) : 다리는 평온하면서도 굳건하게 선다.
방(方)이란 방정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앞쪽 다리가 너무 앞으로 나가면 앞쪽의 허벅지에 힘이 빠지고, 뒤쪽의 다리가 너무 뒤로 나가면 허리 뒤부분의 힘이 없어진다. 그러므로 앞 뒤 다리가 각기 정해진 곳에 자리잡아서 평온하면서도 굳건하게 서는 거을 '방'이라고 한다.
5. 지궁여악란(持弓如握卵) : 활을 쥐는 것은 달걀을 잡듯이 한다.
활을 달걀 쥐듯이 잡는다는 것은 앞손에서 가장 중요한 비결이다. 활을 직각으로 잡으면 범아귀에 힘이 들어가고 하삼지가 풀려서 살이 덜 가게 된다. 또 손바닥 아랫 부분을 너무 위로 밀어서 잡으면 손과 팔에 힘을 줄 수가 없어서 화살을 보낼 때 힘이 풀려 역시 화살이 빠르고 힘차게 날아가지 않는다. 달걀을 쥐듯이 하면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아서 손과 줌통이 딱 맞는 옷을 입은 듯이 밀착되며, 활은 약간 기울어져 마치 반달과 같이 된다. 이렇게 되면 활이 너무 눕고 너무 서는 병도 저절로 없어진다. 활쏘는 사람이 가장 세밀하게 공부해야 한다.
6. 탑전여현형(搭箭如懸衡) : 화살 끼우기는 저울질 하듯 한다.
화살을 시위에 끼울때는 저울질하듯 한다. 저울이라고 하는 것은 물건의 무게를 다는 것을 말한다. 조금만 차이가 나도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화살을 끼울 때 높이 걸면 화살은 반드시 덜 가고, 낮게 걸면 반드시 더 간다. 저울질할 때 무게의 가볍고 무거움을 따르듯이 일정하게 걸어야 (화살 날아가는 것이) 저절로 크고 작은 것이 없게 된다.
7. 궁요초측(弓要稍側) : 활은 조금 기울인다,
측(側)이란 것은 조금 기울인다는 뜻이다. 활을 너무 세우면 양수가 되고 너무 기울이면 합수가 되는데, 이 두 가지 잘못을 범하면 과녁을 조준하는 것이 참되지 못하게 된다. 조금 기울인다는 것은 합수도 되지 않고 양수도 되지 않게 하는 것을 말한다. (옛부터 전해오는) 사법에 이르기를, "처음에는 앞 어깨와 활이 조금 눕게하고 만작해 가면서 웅크렸던 가슴을 반대로 쭉 펴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또 이르기를, "활을 당길 때는 누운 달처럼 하라"는 것은 이것을 말하는 것이다.
8. 수요평형(手要平衡) : 양손은 평형을 이루어야 한다.
양손이 평형을 이루어야 한다. (화살이 과녁에)맞고 안맞는 것은 모두 양손(의 균형)에 달려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앞손이 낮고 뒷손이 높으면 살은 제대로 가지 않는다. 앞손이 낮고 뒷손이 높으면 고르게 날아가질 않는다(영축이 생긴다는 뜻). 이른바 '평형'이라고 하는 것은 (양손의 균형이 딱 맞아서) 조금이라도 한쪽이 높거나 낮지 않고 평평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다만 (뒷손을 끌 때) 젖꼭지와 턱 사이로 시위를 타듯(조선의 궁술에 나오는 사법과는 조금 다르며, 전통사법에서는 화살이 턱및으로로 내려가지 않도록 한다) 당겨서 수평으로 끌어 살을 내보낸다. (옛부터 전해오는) 사법에 이르기를, "가슴과 팔과 소매까지 한 기운으로 관통하게 하여 옷깃을 헤치듯이 하면서 죽지를 떼라"고 한 것이 이것이다.
9. 전방요전(前膀要轉) : 앞팔 상반절은 틀어서 곧게 펴야 한다.
돌리는 것이 곧게 펴는 것이다. 앞팔 상반절(膀)을 돌리지 않으면 줌팔은 곧게 펴지지 않는다. 줌팔이 곧게 펴지지 않으면 근육과 뼈도 펴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줌팔이 구부러지는 지경에 이르고 힘도 빠져서 마침내 마디마디가 모두 어그러지게 된다. 오직 한 번 줌팔 상반절을 틀어 뻗치게 되니 이것이 (활쏘는 사람에게는) 가장 중요한 공부가 된다.
10. 근골요신(筋骨要伸) : 근육과 뼈는 쭉 펴야 한다.
몸의 근육과 뼈는 서로 짝을 이루고 있어서 어그러짐이 조금도 없는 것이다. 만약 한 가닥의 근육이라도 그 펴지는 것이 모든 근육과 어울리지 아니하고 어그러진 상태에서 살을 내보내면 드디어 활쏘기에 어설프고 생경한 병이 생긴다. 이른바 쭉 편다는 것은 활을 조용히 당겨서 펼치는 것을 말한다. 디때 근육과 뼈마디가 한 가닥 한 가닥 쭉 펴지면서 은연중에 곳곳에서 서로 상대하는 느낌이 있어야 하며, 너무 경직되게 하거나 너무 허약하게 해도 안된다.
11. 전견요장(前肩要藏) : 앞어깨는 감추어야 한다.
감춘다는 것은 거두어 들여서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게 한다는 뜻이다. 앞어깨가 불룩 튀어나오면 가슴도 튀어나오고, 또 손도 그것 때문에 어깨에서 오는 힘을 이어받지 못한다. 이렇게 앞어깨가 불룩 튀어나온 것을 '죽은죽[死膀]'이라고 하고, 또 '솟은어깨'라고 한다. 시위가
팔을 때리는 것은 이로 인하여 생기는 것이다. (앞어깨를 안으로) 감추면 허벅지도 거두어지고 가슴도 거두어지면서 숨이 들어오고, 동시에 가슴의 뼈가 열리고 등짝의 근육은 팽팽히 긴장하면서 조금 여유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장차 발시하는 순간에야 이를 감춘다는 것이 얼마나 오묘한 것인가를 알수 있을 것이다.
12. 후견요제(後肩要 ) : 뒷어깨는 (뒤로) 밀치듯이 한다.
뒷손이라고 말하지 않고 뒷어깨라고 한 것은 앞항(전견요장)의 앞 어깨와 짝을 이루는 설명이기 때문이며, (뒷손을) 놓는다고 말하지 않고 밀친다고 말한 것은 앞절의 감춘다는 말과 짝을 이루기 때문이다.
뒷어깨를 (밀치지 않고) 일직하게 떨어지는 것을 '볼록하다'고 한다. 뒷어깨가 이렇게(밀치듯이) 움직이지 않으면 뼈와 근육이 (제대로) 펴지지 않는다. 밀친다는 말은 (뒷손을 끌 때 몸이 가볍게 앞으로 나아가면서) 근육과 뼈가 조여지고, 뒷어깨는 등짝의 근육과 같이 조여지고, 등짝의 근육은 앞어깨와 같이 조여지고, 앞어깨는 앞팔 상반절과 같이 조여지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해서) 마디 마디가 다 조여지고 마디 마디가 다 팽팽히 긴장하는 것은 뒷어깨를 밀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어깨를 감춘다는 말은 뒷어깨를 몸의 바깥(뒤쪽)으로 밀쳐내는 것을 정확히 기다리는 동작이다.
13. 출전요경(出箭要輕) : 화살을 낼 때는 가볍게 낸다.
화살이 과녁에 맞고 안 맞고는 모두 발시하는 순간에 달려 있다. 가볍다는 것은 손과 손가락만을 써서 하는 공부는 아니다. 만작한 상태에서 뒷손을 조금씩 조금씩 당기면서 깍지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벗겨지기를 기다려 살이 날아가게 하는데 (그 전체 모양이 힘이 들지 않으면서도) 아주 가볍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세밀하면서도 고르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14. 방전요속(放箭要速) : 화살을 보내는 것은 가볍게 한다.
빠르다는 것은 활을 당겨서 조금도 지체하지 말고 곧장 내라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앞손이 화살을 보내는 것을 뒷손이 알지 못하듯이 그렇게 빨리 하라는 것이다. 과녁을 알아보는 공부는 모두 이 발시하는 순간에 달린 것이다. 살을 낼 때 조금이라도 화살을 보내겠다는 생각을 하면 도리어 (깍지손) 늦게 떨어진다. 그러므로 빠르다는 것은 뒷손을 가볍게 하라는 것이니 활 배우는 사람은 이것을 세밀하게 익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