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시 /나, 그리고 당신에 대한 반성문 |
나, 그리고 당신에 대한 반성문
오 인 태
당신이 그렇게 가시고
충격의 나날이었습니다.
눈물의 나날이었습니다.
고통의 나날이었습니다.
분노의 나날이었습니다.
그런 날들을 보내고
나는 이제 차분히
내 충격과 눈물과 고통과 분노의
이유를 헤아려봅니다.
나는 왜 당신의 죽음에
그토록 총 맞은 듯한 충격에 휩싸여야 했던가요.
그건, 내 안에서 당신이란 존재가 일시에 사라져버린
낭패감과 상실감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을 이미 까마득히 잊은 줄 알았는데,
당신은 내 안에 고마운 당신으로 엄연히 살아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왜 당신의 죽음에
그토록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야 했던가요.
그건 내 안의 당신을 까닭 없이 미워하고 외면했던
부끄러움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을 이미 멀리 떠나보낸 줄 알았는데
당신은 내 안에 미안한 당신으로 엄연히 살아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또 왜 당신의 죽음에
그토록 찢어지는 고통으로 몸부림쳐야 했던가요.
그건 내 안의 당신을 내가 야속하게 버렸다는
자책감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을 이미 미련 없이 버린 줄 알았는데,
당신은 내 안에 알뜰한 당신으로 엄연히 살아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또, 또 왜 당신의 죽음에
그토록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껴야 했던가요.
나는 당신을 잊었지만
나는 당신을 떠나보냈지만
나는 당신을 버렸지만
내 안에 엄연히 살아있는
참 고마운 당신
참 미안한 당신
참 알뜰한 당신
그런 당신을 누군가가 죽였다는 사실을
결코 용납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내가 잊은 당신
내가 떠나보낸 당신
내가 버린 당신
누군가가 죽인 당신
아니, 내가 죽인 당신
당신은 바로 내 자신이었습니다.
내게서 떠나고서야
비로소 이렇게 내 안에 다시 살아나신 당신
비열하고 잔혹한 세상에 죽임을 당하고서야
마침내 우리 앞에 당당하게 살아나신 당신
살아 넘실대는 수많은 당신
아, 영원한 당신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진주시민추모제 낭송시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추모시집 <사랑해요 노무현>중에서
이승철 -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 음악을 들으려면 원본보기를 클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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