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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Dong E (東夷) 2010. 10. 29. 14:55

 


폭설 - 오탁번


삼동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천지가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내렸다

좆심 뚝심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의 미아가 울부짖었다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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